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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초고속 ‘한문 암송왕’
글제목: 80세 초고속 ‘한문 암송왕’

▲ 오억근씨가 이달 중순 한국기록원에서‘한문·한자 빨리 암송하기’한국 최고 기록 인증서를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록원 제공




9분35초 만에 3077자‘주르륵’ 오억근씨 한국 최고기록 인증



유나니 기자 nani@chosun.com  

  


▲ 오억근씨가 이달 중순 한국기록원에서‘한문·한자 빨리 암송하기’한국 최고 기록 인증서를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록원 제공80세 할아버지가 ‘한문·한자 빨리 암송하기’의 한국 기록을 세웠다. 한국기록원은 30일 “성균관 전의(典儀)를 지낸 오억근씨가 지난 2일 한국기록원 사무실에서 한문 고전에 토를 붙인 3077자의 문장을 9분35초 만에 암송함으로써 한국 최고 기록으로 인증받았다”고 밝혔다. 1초당 5자가 넘는 초스피드다.

오씨는 천자문, 소학, 명심보감, 사서삼경 등 12편에 실린 한문 2192자에 토 885자를 붙여 암송했다. “어떤 식으로…” 채 질문을 다 말하기도 전에 오씨는 “천지현황하고 우주홍황하니, 일월영측하고 진숙열장이라”는 ‘천자문’ 앞부분을 불과 2초 만에 후루룩 내뱉었다.

한국기록원 김덕은 원장은 “일정한 음률을 타고 빠른 속도로 한문을 암송하는 것이 흡사 랩을 듣는 듯 흥겨웠다”고 말했다.

오씨가 한문 암송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10년 전이다. “우연히 라디오를 듣다가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한 중국인의 사연을 들었어요. 그 사람의 영어 비결은 바로 호숫가나 숲 속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영문 암송 연습을 한 덕택이라는 것이었어요. 어린 시절 글방에서 천자문 읽던 생각이 나더군요. 가정 사정 때문에 중학교를 못 갔지만 한문은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40년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도 한문과 붓글씨 공부는 계속했죠. 그래서 한문을 한번 외워보자, 했죠.”

그때부터 그는 10년째 매일같이 한문을 읊어왔다. 비 오면 집에서, 여행할 땐 차에서, 저녁 식사 후 한적할 땐 옥상에 올라가 읊었다.
“무엇보다 건강과 기억력이 아주 좋아졌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데서 보람과 자신감도 느끼고요. 앞으로 더 큰 기록에 도전할 겁니다.” 그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했다. 이 할아버지의 휴대폰에서 흘러나온 컬러링은 여명의 ‘Try to remember(기억해 보세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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